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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사람이 남기는 흔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마음씀씀이 2024. 5. 14.

사람이 남기는 흔적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벤 슈틸리히의 책 '존재의 박물관'의 내용으로 소개합니다.

 

1. 우리의 신체가 남기는 흔적

발자국 흔적
발자국 흔적

1) 발자국

발자국은 앞으로 소개될 우리의 신체가 남기는 흔적 중 가장 주인을 찾아가기 힘든 흔적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범죄 현장에서는 이 발자국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경찰은 '구두 굽 모양 참조'라는 이름의 거대한 데이터 뱅크를 구축하여,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 모양을 통해 신발의 종류를 단번에 알아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발자국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탄자니아 북부의 올두바이 협곡에 있습니다.
약 350만 년 전 직립보행을 하는 우리의 선조가 남긴 흔적입니다.
우리에게 350만 년 전의 직립보행 여부를 알려준 발자국의 주인은 그 발자국을 남기는 순간, 350만 년 후에 이것이 남을 것임을 알았을까요?
 
우리 현대인도 하루 평균 6000~8000보 정도를 걷고, 한걸음 한걸음마다 발자국이 남습니다.
물론 이 발자국 대부분은 다른사람의 발자국에 의해, 청소 걸레질에 의해 없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요.
 

2) 지문

지문이 개개인마다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은 이제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지문의 특징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1858년에 인도로 파견된 영국의 식민지 관리인인 윌리엄 제임스 허셜입니다.
허셜은 처음에 계약서의 위조를 방지하고자 색을 칠해 찍은 손바닥 자국을 통해 관리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던 중 손바닥 자국을 면밀하게 관찰하다가 손가락 끝의 물결 모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주목하였습니다.
관찰 결과 지문이 정말 개인만의 유일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관리로 부임하는 곳마다 이 지문을 유용하게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지문이 지금처럼 범죄의 증거로 인정된 것은 그로부터 약 50년이 필요했습니다.
1888년 범행현장에서 빌헬름 에버 라는 수의사가 '범행 현장에서 최소 1㎠ 크기의 손자국만으로도 개인에게 직접 혐의를 둘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으나, 프로이센 정부는 "선생님의 제안은 현장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입니다"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습니다. 
 
1903년에 들어서야 독일 드레스덴의 경찰은 범인 검거에 처음으로 지문을 사용하였습니다.
 
지문은 피부의 지방이 남긴 자국입니다. 그리고 이 자국은 대단히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조건만 유리하게 맞아떨어진다면 유리창의 지문은 수십년 동안 유지될 수 있습니다.
 

3) 머리카락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머리카락은 남아프리카에서 수십만 년의 세월을 버틴 머리카락입니다.
이 머리카락은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어떤 동굴에서 하이에나의 굳어진 배설물 가운데서 나왔습니다.
 
인간은 하루에 60~100가닥 정도의 머리카락을 잃습니다. 모근이 죽어서 빠지거나, 모자에 들러붙거나 해서 주인을 잃은 머리카락은 허공을 둥둥 떠다니다가 어딘가에 내려앉아 오래도록 머뭅니다.
 
머리카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만 해도, 머리카락 색은 물론 염색 여부와 주인의 대략적인 나이를 가늠하며, 술을 마셨는지 마약을 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모근이 남아있는 머리카락이라면, 유전자를 통해 성별, 피부색, 눈동자 색깔까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4) DNA

DNA는 그 주인의 인생보다도 더 오래갑니다.
그리고 범죄 현장에서 밀리미터 크기의 자국 만으로도 유전자 감식 방법을 사용하기에 충분합니다.
DNA는 주인의 외모를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재채기를 하는 등 누가봐도 DNA를 많이 흩뿌릴 것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매 초당 600개의 늙은 세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집 먼지'라고 하는 것의 대부분은 낡은 피부의 가루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우리는 계속 많은 세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발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과 주변 사이의 온도 차이 때문에 우리 몸에 가까이 있는 공기가 움직인다고 합니다. 이 공기의 흐름을 통해 세포 입자들이 떨어져 나가 공기 중에 입자의 구름이 되어 흩어집니다.
 
우리는 각자가 빵가루를 뿌리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수많은 피부 세포를 뿌리고(날리고) 다닙니다.
이 피부세포들은 몇백 미터 이상을 간단히 날아다닙니다.
 
우리가 도심을 다닐 때는 타인의 입자와 나의 입자가 뒤섞인 입자의 바다 속을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5) 체취

개인마다 사용하는 면도크림, 화장품, 향수에 따라 다른 향이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정말 개인마다 갖고있는 체취 즉 살냄새가 있습니다.
알고 보면 살냄새는 살의 냄새가 아니라 내 피부의 땀구성과 분비샘으로부터 분비되는 각종 액체를 먹고사는 박테리아에 의해 나는 냄새입니다.
 
내 피부에서 분비되는 액체는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에 요소, 단백질, 지방, 젖산, 호르몬, 암모니아, 당분, 염분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체로는 아무 냄새가 없습니다.
체취(살냄새)는 박테리아가 이 액체를 먹어치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으로 낙산과 개미산이 발생할 때 나게 됩니다.
분비되는 액체는 우리의 유전자와 면역 체계에 따라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인별로 다른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또한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종류도 주인인 우리의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손바닥에 사는 박테리아의 종류는 고작 13%만 일치한다고 합니다.
 
탐지견이 냄새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범인이 흩뿌린 체세포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흩뿌린 체세포에서는 박테리아가 지속적으로 냄새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탐지견은 2주 전의 냄새도 찾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추적 전문가는 "개는 일반적으로 냄새가 오래되어서가 아니라, 집중력이 부족해서 실패한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 수많은 체세포를 뿌리고 다닌다는 것을 안다면,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겠습니다.
 

2. 우리가 도시에서 남기는 흔적들

우리나라의 도시지역 거주 인구는 4,729만 명으로 전체 5,144만 명의 91.9%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2022년도 기준)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남기는 대표적인 흔적은 무엇이 있을까요?

수많은 CCTV
우리는 얼마나 많은 CCTV에 담겼을까

1) CCTV 영상

대한민국의 직장인 기준으로 하루 평균 CCTV에 노출되는 횟수는 150회입니다.
집 앞 골목길에 설치된 방범용 CCTV를 비롯해 가게 앞, 카페 안, 회사 출입구, 엘리베이터 안, 지하철 역 안, 버스 안 등등 우리는 수많은 CCTV의 화각 안에 잡혀 수없이 녹화되고 있습니다.
녹화된 영상은 평균 한달의 기간 동안 저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 달 이상의 저장기간을 갖고 있는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사진찍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도시 곳곳에 우리 모습이 영상으로 남겨지고 있습니다.

2) 신용카드 거래내역

우리는 도시에서 하루하루 많은 빈도로 신용카드 결제를 합니다.
출근길에 찍은 버스카드, 커피 구매, 점심식사, 간식 구매, 저녁식사, 퇴근길에 찍은 버스카드, 저녁 취미활동 중에 사용한 소비, 집에서 결제한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료 등등 
이러한 결제 데이터는 다음달의 신용카드 사용금액 정산을 위해서, 연말정산을 위해서 가장 철저히 수집해서 관리합니다.
신용카드 거래내역 만으로 우리는 무엇을 선호하는지, 몇 시 몇 분에 어디에 있었는지의 흔적을 남깁니다.

3) 스마트폰의 GPS 위치정보 수집 허용을 통한 우리의 동선 정보

우리는 도시 생활에서 대중교통 정보를 알아보고, T맵 등 휴대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주변의 맛집 정보를 알기 위해 GPS로 위치정보 사용을 허용하고 수집됩니다. 물론 스스로 SNS를 통해 위치정보를 남겨놓기도 합니다. 
우리는 도시 어디에 있든 휴대폰 통신이 되는 기지국 영역 안에 있다면, 스스로의 위치를 계속 노출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상대방의 위치도 알 수 있게 됩니다.
 
도시 생활 중 우리의 소비내역, 생김새, 걸음걸이, 옷차림, 동선은 이렇게 수집되어
우리가 모르는 어떤 곳의 하드 디스크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3. 마무리하며

우리는 이렇게 많은 흔적을 세상에 남기며 삽니다.
범죄자에게는 이렇게나 많은 증거가 남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엔 좋은 일이지만
또 세상에 나의 흔적이 이렇게나 많이 남는다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기도 합니다.
 
존재의 박물관에 나온 문구를 소개하며 이 글을 정리합니다.
 

무엇이 남아 자리를 계속 지킬지는 시간이 고른다. 하지만 아무튼 우리에게서 뭔가는 틀림없이 남는다. 
다만 그게 무엇일지 우리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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