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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_세네카 책 리뷰

마음씀씀이 2025. 3. 16.

화에 대하여_세네카 책 리뷰

★ 화에 대하여 한줄평

'화가 난다' 라기보다는 '화를 낸다'가 맞다.
충분히 다룰 수 있는 '화' 라는 것에 대해 세네카는 실리적 관점에서 충고한다.

★ 세네카에 대하여

세네카의 죽음
자크-루이 다비드 「세네카의 죽음」, 1773년

세네카는 기원전 4년 ~ 기원후 65년의 생애 동안 스토아학파 철학자로서,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까지의 로마 황제 시대에 유배생활을 하고 음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기도 하였지만, 네로황제의 스승, 집정관의 위치까지 오르는 등 막강한 권력을 구가하기도 한 사람입니다.

 

위 그림은 네로황제가 자신의 스승이었던 세네카에게 자살을 명령함에 따라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명령에 따라 발목의 정맥을 끊고, 독약을 먹어서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세네카는 여러 편의 비극 작품을 비롯하여 행복한 삶, 관대함 등에 대한 에세이도 다수 썼습니다.

고대에 쓰여진 이 작품들은 현대인에게도 강력한 울림을 주며, 그중 화에 대하여는 온갖 갈등과 전쟁, 자국 보호주의 속에서 고통받는 현재의 상황에 더욱 큰 울림을 주는 세네카의 명저이기에 이를 소개합니다.

★ 화에 대하여 책 리뷰

1) 화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책

세네카는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 철학자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공공연히 "우리의 견해다"라고 말하며 스토아학파임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스토아학파는 격정 그 자체를 악덕이라 믿었습니다. 그들에게 격정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세네카 역시 이 책에서 화를 "치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세네카는 책의 중반부 쯤 3가지 목표를 제시합니다.

1) 화를 내지 않는 것

2) 화가 났더라도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멈추는 것

3) 다른 이들의 화까지 치유하는 것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화의 개념을 정의하고, 후반부에서는 화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하여 썼습니다.

 

2) 책의 전반부 - 화의 개념 정의

- 인간에게 화라는 것은

세네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선하기에 화를 낸다는 것은 자연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의 전반에서 세네카는 화에 대하여 마약처럼 처음부터 내면에 들이지 말아야 할 것으로 설명합니다. 화를 낼 경우 대부분 자기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더 알아보겠습니다.

 

 - 화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은가?

이것을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의견에 반박하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조차 화를 적절히 이용하여 미덕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화에는 어떠한 유익함도 없으며, 미덕은 악덕의 도움을 필요로 해서는 안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화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에 대하여 세네카는 화의 백해무익함을 들어 반박합니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동생인 노바투스의 화에 대한 견해에 반박하는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노바투스는 전쟁터에서의 전투 시, 원수에게 복수할 때에 화가 적절히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대해 세네카는 적을 향해 돌진하게 만드는 화보다 이성의 힘이 더 강력하다고 답합니다. 어떤 경우에서든 철저한 이성이 승리한다고 말입니다. 

 

 - 화는 마음의 동의가 있어야만 야기된다

화는 오직 마음의 동의가 있어야만 야기된다고 말합니다. 세네카의 말에 따르면 화는 화가 나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허약함과 과민함으로 인해 화를 통제하지 못해 무기력함과 지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뿐인 것입니다. 

 

 - 화에 대한 실리적 관점

화에 대하여는 화에 대해 실리적 관점으로 보아 해로운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들면 누구든지 화가 나려고 할 때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의 권세가 필리포스보다 더 막강한가? 그도 묵묵히 모욕을 참아냈고 보복하지 않았다."라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권세가 로마 황제에 이르지 못한다면 화를 내면 그에 대한 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하는 부분과

할 테면 해보라. 나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기에 그대는 너무 미약하다. 내 인생을 주도해 온 이성이 이를 금한다. 내가 어떤 부당한 취급을 당해도 화의 해악이 그보다 더 클 것이다. 부당함은 그 한계가 분명하지만, 화가 나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부분에서도 화로 인해 초래할 손해를 이유로 들어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합니다.

 

3) 책의 후반부 - 화에 대한 해결책 제시

- 화에 대한 최고의 치유책은 유예다

화가 날 경우 시간을 갖고 판단을 유예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고대에나 현대에나 똑같은 인간이기에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인 듯합니다.

 

- 남의 말을 쉽게 믿어서 의심을 키우지 말아라

의심을 갖는 순간 뒷받침할 증거는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마음을 강하게 단련시키면 사소한 것은 다 견딜 수 있게 된다

사치, 쾌락을 좇는 행위 역시 마음을 이성으로 통제하는 것에 실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쫓지 않고 마음을 강하게 단련시키면 화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 솔직하고, 마음씨가 좋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들을 친구로 선택하라

맹수들 조차 인간들과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 야생성을 잃는다. 

마음이 평온한 사람들과 매일같이 시간을 보내면 그들의 본을 보고 성격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화를 낼 이유가 별로 없다.

 

- 화의 최대 원인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이다

나에 대한 험담이 들려온다면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라. 꼭 나쁜 짓이 아니더라도 나의 실수, 의도하지 않은 행동들, 그저 운이 좋지 않아서 벌어진 일들일 수 있다. 내가 행한 일들로 인한 험담인지 반드시 살펴보라

잘못한 게 있을 수 있다.

 

- 무지한 사람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

그저 몰라서 그런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4) 화에 대한 개인적 생각

어느 정도 개인주의화 된 현대사회에서도 화는 흔합니다. 여전히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범죄들이 발생하고 이러한 뉴스들에 우리는 혀를 내두르지만 꼭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갖고 있는 사상이 맞지 않을 경우,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우리는 화를 냅니다.

 

더구나 요즘엔 불안증, 분노조절장애와 같이 개인이 발현하는 사소한 행동에도 병명, 장애의 이름을 붙여주는 문화가 팽배합니다. 정식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고 유튜브에서 본 대로, MBTI 테스트를 해본 대로 상대방에게 성격의 틀과 병명을 멋대로 붙여버립니다.

그중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분노조절장애라는 병명을 쉽게 붙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로 분노조절장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 또는 타인이 분노조절장애라고 붙이고 화를 내는 것에 의학 용어로 이를 설명하며, 화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병명으로 합리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네카는 화는 반드시 통제할 수 있으며, 마음이 화를 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화를 쉽게 쉽게 내기로 결정하는 사람은 좀스러울 뿐이라고도 합니다.

 

이 책은 실리적인 관점에서 화를 내봤자 자신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화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 하나만 명심하고 살아도 이 세상이 이렇게 화로 인해 분열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열, 갈등이 없는 사회가 만들어지기 위해 각자의 화가 우선 통제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기에 '화에 대하여'는 고대사회에 살다 간 세네카라는 철학자가 현대사회에 던져준 명저라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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