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_문상훈 책 리뷰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_문상훈 책 리뷰
★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한줄평
잠들기 전에 가볍게 보려고 했던 책인데, 가장 또렷이 살아있을 때 읽게 된 책이었다.
★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긴 리뷰
- 리뷰를 시작하며
꽤 오래전부터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병재님의 유튜브에서 그의 슴슴하게 웃기는 재능을 보며 좋아하기 시작했고, 빠더너스 유튜브에서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를 보고 게스트와 진짜 대화를 할 줄 아는 깊은 감성을 가진 사람인 것을 알게 되어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팬이라고 말하기엔 그렇게 적극적으로 찾아다니지는 않았어서, 그저 문상훈이라는 좋은 사람이 있구나. 그의 재능이 참 부럽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이번 에세이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은 마치 제 수많은 유튜브 알고리즘 속에 그가 나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그의 에세이를 서점에서 발견하고 '한번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했습니다.
새벽시간의 습기를 그러모아 풀잎에 한 방울의 이슬로 걸쳐놓는 것 같이, 저와 동갑인 문상훈이라는 사람의 새벽시간에 펼쳐진 온갖 감정과 솔직한 마음, 혼란을 그러모아 이 얇은 책에 기록되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잠들기 전에 가볍게 보려고 했던 책인데, 이 동갑내기 감성 재능러 문상훈 씨의 소상하게 적어둔 것들을 결코 가볍게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가장 또렷이 살아있는 시간에 읽었습니다.
온갖 생각과 감정들의 끈을 붙잡고 새벽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이 끈을 하나씩 풀어내야만 잠이 들 수 있는 INFP 문상훈 씨의 에세이를 공감할 수 있는 비슷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 책 속의 좋은 부분에 대한 공감
p34(아무도 보지 않을 것을 쓰지 못하는 솔직한 모습)
나는 다시 말해서 누가 읽을 것이 아니라면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누가 봐야지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대상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너무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말을 최대한 많은 사람 앞에서 가장 잘하고 싶어 목소리 가다듬으며 연습하는 종류의 사람인 것이다.
📌 아무도 보지 않을 일기에서 조차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떤 설문조사를 하건, 성격유형 검사를 하건 간에 좀 더 나아 보이는 것을 선택해서 그 이미지라는 옷을 나에게 입히고야 만다. 솔직한 나의 맨몸을, 수치를, 열등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우리는 점점 병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p54(십 대 시절의 문상훈에게)
너 많이 잘못한 거 아니야. 십 대를 잘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조금 내려놔도 된다. 나쁜 짓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 순간들을 즐기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했잖니. 그럴 필요 없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너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어.
📌 그는 지난날의 그에게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지난날의 그는 자신이 낱낱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 답지 않은 확신의 말투로 위로한다. 지난날의 그를 위로하며 현재의 그에게 더 큰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p64(실망에 대하여)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첫 번째 기준이 그 사람이 가진 나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보니 스텝이 자꾸 꼬였다. 그때는 실망했을 때가 서로를 알아가기 가장 좋은 순간이라는 것을 몰랐다. 실망은 그 사람에 대한 업 앤 다운 게임에 불과하다. 나는 상대가 외치는 다운이 무서워 내 숫자를 바꿔갔다. 서로에게 현명하게 실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다른 사람들의 실망을 피하려고만 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서로에 대한 적당한 실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업 앤 다운 게임에서 '다운'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고 부르는 숫자를 계속 높여만 가는 것과 같다. 나 라는 숫자를 상대방의 높은 기대치에 맞추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다 나 라는 숫자는 한참이나 밑에 있음을 알려주는 적당한 실망은 중요하다.
p88(행복을 바란다는 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랄 때, 그 이유가 너의 행복이라는 말은 종교 전쟁의 이유처럼 강력한 명분이 된다.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자칭하는 종교 전쟁이 무서운 이유는 내가 행하는 악이 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상처를 주고 나서 아련한 표정으로 자주 뱉는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말은 너무나도 쉽게 착한 표정으로 가 닿는다. 당사자가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p92(행복의 실체)
이유는 사실 집값인데 더 나은 환경에서 행복하기 위해,
사실은 부모의 자아실현을 자식에게 무리하게 투영하는 것인데 자식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우러러보이고 싶은 열등감의 발로인데 행복하기 위해서 라는 이유를 쉽게 들이밀고야 만다.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의 행복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제 나는 그 누구의 행복도 바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란다는 것이 '나의 기준을, 욕심을 상대방에게 강제로 쥐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좋은 통찰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려움을 토로한다면 나는 사력을 다해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상대방에게 더 나은 것일 테다.
p103(솔직하지 못한 우리)
내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줘놓고 들킬까 봐 화가 난 척한 적이 있다. 끝내 사과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그건 정당한 분노가 아니었을까 슬금슬금 생각하려고도 했다. 남들은 모를 거라 생각해서 사실 나는 멋진 사람인 척 주변과 스스로를 속였던 적도 있다. 지나고 보니 그때 모두가 알았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것을. 그런데 나 빼고 모두가 모른 체 해줬다.
실연을 온전히 마주해야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다.
결핍은 내보여져야지만 채울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 속에 살고 있다. 내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가시로 된 망토를 두르더라도 그 안에 맨들맨들한 살밖에 없음을 주변에서는 안다. 그러나 모른 체 해줄 뿐이다. 그러니 그 맨들맨들한 그 자체로서의 나를 외면하지 않고 내보이도록 하자. 그래야만 더 단단해질 수 있다.
p128(짝사랑에 대한 통찰)
짝사랑이 완성되는 순간이란 마음을 전달하는 때가 아니라 내 안에서 하얗게 소실될 때가 아닐까 한다. 대가를 바라고 호의를 베푸는 것을 함부로 사랑이라고 하지 않듯이 대답을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짝사랑의 완성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마음은 주는 법을 알아야 받을 수 있다.
혼자 하는 사랑의 좋은 점은 혼자 먹는 밥의 좋은 점과 닮아있다. 음식에 들어간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씹고 삼키는 과정에서 내 몸속 어디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지 느끼게 해 준다. 짝사랑도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지독한 짝사랑을 한 듯 보이는 그의 좋은 통찰이다. 사실 짝사랑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하는 좋은 훈련도구다. 사랑이란 마음은 주는 법을 알아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훗날 이루어 갈 사랑을 연습하기 위해서 청소년기에 짝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p134(헛된 것들을 믿고 사는 사람)
아 나는 내 공허함의 이유를 호르몬에서 찾는 너무 똑똑한 사람은 되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면서 유난히 밝은 별은 확실히 인공위성이라는 사실에 맞서 유재하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당당하게 묻기로 한다.
📌세상에 너무 많은 지식들이 손 닿는 위치에 있다. 그 지식들에 이끌려 허우적대느라 우리는 헛된 것들을 믿고 사는 지혜를 얻을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이 헛된 것들을 믿고 사는 사람이 좋다.
p150(영원을 믿어보기로 한 그)
아, 그러면 나는 너무 영원을 믿어보고 싶다. 끝이 있는 사랑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겨울과 여름의 끝에서 다시 여름과 겨울을 기다리고 싶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의 존재를 믿기보다는 부재하는 것의 존재를 믿을 때 그 믿음이 더 간절해진 역사를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일지라도 너와 내가, 어린 시절에 엄마와 아빠가,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사랑할 수 있겠다.
📌영원하지 않을 것들을 잃는 순간이 두려워 애초에 멀리하다 보면 인생이 얼마나 공허해질까? 그보다는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소중한 순간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더 충만하다. 그래야만 사랑할 수 있겠다.
p164(이런 사람과 친구이고 싶다)
자신과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와서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다.
📌그의 주변 사람의 그에 대한 생각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걸러내고 녹이고 만들어내는 여러 이야기들이 밑바탕이 되어, 누군가를 만날 때 진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런 생각 많은 섬세한 문상훈이라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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