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노동 책 리뷰_우리는 왜 여전히 많은 일을 하는가?
가짜노동 책 리뷰_우리는 왜 여전히 많은 일을 하는가?
★ 가짜노동 한줄평
이미 가짜노동이 사회, 교육, 경제계에 꽉 차있지만 그것을 깨닫고 돌을 던져보는 소수의 작은 움직임
★ 가짜노동 리뷰
가짜노동은 덴마크의 경영컨설턴트 출신의 작가들이 쓴 책입니다.
작가 본인이 해오던 경영컨설턴트 일도 과대포장된 가짜노동이라고 설명합니다.
각자의 직업에서 가짜노동(대부분 의미 없는 일, 보여주기 식 일)을 감지하고 자신의 일이 가짜노동이었음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
왜 이토록 시간기반 노동과 가짜노동으로 꽉 찬 비효율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좋은 통찰을 주는 책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면 유럽의 좌파 논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효율화'라는 우파 스러운 키워드로도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1. 요즘 이슈가 되는 노동시간에 대하여
- 정부효율화부(DOGE)의 수장 일론머스크 -
최근 미국 트럼프 정권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론 머스크를 '정부 효율화부(DOGE)'의 수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도 보여줬듯 필요없는 직원을 정리하고, 남아있는 직원들에게는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경영을 하나의 신조처럼 유지하는 경영인입니다.
특히 미국 공무원들에 대해 재택근무 폐지, 자발적 퇴직 장려를 통해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공화당 트럼프 정권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DOGE의 수장 일론머스크에게서도 쓸데없는 가짜노동을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 화이트 이그젬션, 주 52시간 노동에 대한 논의 -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 업계를 뒤쳐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수 개발인력에 한해 주 5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화이트 이그젬션'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화이트 이그젬션을 찬성하는 쪽은 대만의 TSMC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TSMC는 무제한 밤샘근무를 통해 연구개발의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정말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답일까요? 혹시 그 안에 숨어있는 수직적 보고체계와 같은 수많은 가짜노동을 덜어냄으로써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지는 않을까요?
2. 덴마크의 우편 배달부 일화
책에서 소개하는 덴마크의 우편배달부 일화가 좋은 통찰을 주었기에, 이를 소개합니다.
덴마크에서는 우편 배달부들에게 '근무 시간'이 아닌 하루에 배달할 우편의 '총량'을 할당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각 우편 배달부들은 매일마다 할당된 우편의 총량을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더 빠르게 출근하고, 점심을 먹지도 않고 일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시민들은 우편을 더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되었고, 우편배달부들도 여유로운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를 두고볼 수 없었던 덴마크 우편총국에서는 일을 빨리 끝내는 우편배달부들에게 타 지역의 우편배달까지 더 할당해 줍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편 배달부들은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끝낼 의지를 잃어버리고, 다시 주어진 노동시간만큼 일을 늘려서 처리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이처럼 시간기반으로 측정되는 현재의 노동은 효율적인 노동을 못하게 하며, 직원들의 여유시간에 개발될 창조성이나, 소비를 통해 경제활력을 잃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드는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일화입니다.
3. 무대 앞 노동자 vs 무대 뒤 노동자
코로나가 유행하던 때 영국에서는 정부가 의사, 간호사, 교사, 청소부 등을 포함한 '필수 인력'을 지정했는데 거기에 전문경영인, 경영컨설턴트, 감사책임자, 홍보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청소부가 하루만 없다고 생각하면 쓰레기로 가득 찰 도시의 모습이 바로 연상되는 반면, 경영컨설턴트가 없는 하루는 지극히 평화롭기만 합니다.
이 책에서는 청소부와 같은 노동자를 '무대 앞 노동자'라고 하며, 경영컨설턴트를 포함한 온갖 관리직을 '무대 뒤 노동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짜노동은 '무대 뒤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4. 파킨슨의 법칙
가짜노동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킨슨의 법칙은 '일을 허용된 시간에 맞게 늘려서 한다.'라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수많은 관리직을 양산하게 된 이유임을 설명합니다.
공무원을 비롯한 관리직의 숫자의 팽창은 바로 이 파킨슨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5. 왜 우리의 일은 줄지 않았는가?
1) 바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금기시된 노동 문화
모든 직장인들에게 금기시 되는 말은 '내가 할 일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일입니다.
언제나 바빠야 하고, 바쁜척을 해야 하고 누가 물어보면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고 대답해야 하는 것은 현대 직장인들이 스스로나 타의적으로 강요받는 부분입니다.
이것은 자신과 팀의 역할이 이 조직에서 너무도 중요한 부분임을 가짜로라도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너무도 바쁜 상황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쓸데없는 관리업무, 쓸데없는 가짜프로젝트들이 생겨납니다.
2) 행정고위직이 모든 분야의 수장이 된다.
고위공무원, 기업체 기술부문의 고위직, 심지어는 국정원장 같은 전문성이 발휘되어야 하는 자리까지도 '행정고위직'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 이해할 수 없으나 항상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은 바로 이 '행정직 출신의 고위직'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해왔던 일들이 관리업무이기 때문에, 수장이 되면 더 쓸데없는 관리업무들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그러면서도 각 자리의 본연의 업무는 잘 수행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가짜노동이 불러온 사회, 교육, 경제의 악순환
가짜노동은 과도한 자기 중요성의 홍보라는 목적 때문에 생겨납니다. 마치 본인이 없으면 회사가 큰일 날 것처럼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며 자기 중요성을 홍보합니다. 악순환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노동업계에서의 이러한 과시를 교육기관에서 발견하면 그 과시를 충족할만한 수많은 교육프로그램, 학과를 만들어냅니다. 그 수많은 교육프로그램, 학과를 이수한 학생들은 노동업계에서 수많은 자기 중요성이 홍보되던 일자리에 들어가서 자리를 채웁니다.
가짜노동이 사회, 교육, 경제의 순환 고리에 침투하여 전반적으로 망쳐놓는 그림입니다.
6. 어떻게 할 것인가?
1) 할 일이 없으면 집에 가야한다.
할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휴식을 제대로 취해서 두뇌를 최적의 상태로 관리한다던가, 온갖 창조적인 자기계발,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소비시장의 진작 등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날 것입니다.
시간 기반 노동, 자기 중요성 과시를 위한 가짜 일이 없어지면 말입니다.
2) 부조리한 방해물에 저항하는 의욕을 가진 직원이 되자, 그러한 직원을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자.
가끔 부조리한 가짜노동에 대해 저항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가짜노동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노동문화 속에서 백이면 백 눈초리를 받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비롯해 회사에 효율성과 창조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인지 알아야 합니다.
3) 쓸데없는 관리업무, 실적평가는 직원을 신뢰하지 못함에서 비롯된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쓸데없는 지침과 관리를 최소화한 사례로 유명합니다.
해외 출장 시에도 세부 지침이 없이 직원이 스스로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교통편과 호텔을 직접 결정하는 식입니다.
물론 과도한 사용이 적발될 경우 강한 강도의 징계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직원을 신뢰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지침과 쓸데없는 관리 없이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80%의 열심히 하는 직원을 믿고 관리, 지침을 없애는 것이 낫지, 20%의 일을 열심히 안 하는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호두를 깨는데 철퇴를 배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4) 내가 하는 일에서 가짜노동이 감지되면 그만 두자.
생계수단으로써의 일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스스로가 가짜노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자존감을 위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낫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고 합니다.
★ 마무리하며
저에게도 굉장한 통찰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리뷰 서두에 말했듯 전형적인 좌파논리로 가득 찬 책이라고 생각할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되지만, 반대로 기업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과 조직 슬림화를 표명하는 우파논리로도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 책입니다.
최근과 같이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때 경영인으로서, 노동자로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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