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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_룰루 밀러 책 리뷰 우주를 재단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한 남자로부터 사유해보는 책

마음씀씀이 2024. 12. 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_룰루 밀러 책 리뷰 우주를 재단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한 남자로부터 사유해 보는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줄평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간에게서 벌어지는 감각과 사고의 오류를 짚으며,
우리 모두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책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긴 리뷰

 - 저자가 한 남자의 뒤를 밟게된 이유 -

이 책의 저자인 룰루 밀러가 그녀의 양성애 성향을 발견한 순간 해변에서 만난 소녀에게 한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낸 뒤 그가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이라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떤 한 남자의 일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화 -
그는 어류학자였으며 이후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에 오르는 사람입니다. 

그와 그의 제자가 발견한 새로운 어류 종은 전체 1/3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완모식 표본을 수집하고, 그 종에 이름 붙이는 일을 열성적으로 한 사람입니다.
*완모식 표본 : 해당 종이 공식적으로 기재될 때 사용되는 최초의 표본

그가 수집한 완모식 표본들이 방 안을 한가득 채워가던 어느날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서 완모식 표본을 담은 병들이 바닥에 깨져버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표본 시체들이 썩지 않도록 에탄올이 올 때 까지 계속 물을 뿌렸고, 이미 병 안에 같이 넣어두었던 표본의 이름표가 바닥에 나뒹굴며 뒤섞여버린 탓에 이름을 알 수 없는 표본들의 이름을 필사적으로 기억해 내어 더 이상 표본과 이름표가 따로 나뒹굴지 않도록 표본에 직접 이름표를 바늘로 꿰매놓았다는 일화입니다.

 
저자는 이 남자가 자신처럼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의지로 표본의 살덩이에 직접 이름표를 꿰매 붙여놓는 집념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모든 저서, 일화를 따라가며 처음에는 이 남자의 그릿, 끈기, 집념, 긍정적 자기기만에서 많은 것을 배우다가 점점 혼돈에 맞선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이면을 발견하곤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

 -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면 -

그는 다윈의 「종의 기원」의 진화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한가지를 첨가하여 자신만의 분류학자로서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바로 인간의 직관에 따른 분류. 즉, 인간의 직관에 따라 모든 생물 종을 분류하고, 우등, 열등한 정도로 계층을 나누며 인간을 그중 최상위 층에 놓는 오류를 말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는 우생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며, 그가 원래부터 갖고있던 열정, 끈기, 그릿, 긍정적 자기기만의 성향은 그 길에 몰입하게 했고, 방해가 되는 요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했습니다.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우주, 자연이 인간이 제단할 수 없는 혼돈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이(그중에서도 엘리트, 부자 등 유전적으로 우월한 인간이) 최 상위 층에 있는 분류 체계 즉, 질서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입니다.
 
우주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혼돈에 맞서려는 그에게서 첫번째 부인과 자식들을 빼앗아 가고, 그가 모은 완모식 표본병들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며, 스탠퍼드 총장 시절 그를 쫓아내려는 여러 사람들을 그의 주변에 데려다 놓는 저항을 그에게 부여합니다.
그는 결국 그것을 잘 이겨낸 듯 하지만 처음부터 혼돈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스스로 틀린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었고, 처음부터 혼돈이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가 열심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찾아내고 분류해 놓은 어류 즉, 물고기는 애초에 틀린 분류였기 때문입니다.
 
생물의 계통과 종속을 인간의 직관에 따른 생김새 등의 특정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분류학과는 달리 공통 조상에 따라 그룹으로 분류하는 방법의 분기학은 어류로 분류되어 있는 많은 생물들의 장기 배치 등을 실제대로 분류하면 단순히 물에 사는 생물이고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하여 어류로 분류하는 것은 틀렸다고 말합니다.

 - 저자의 깨달음 -

저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우생학에 빠져있을 때 열등한 인간들의 '번식'을 막기 위해 운영하던 수용소를 찾아가 보고 그곳에서 실제 나팔관 절제수술을 당한 애나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국가로부터 열등하다고 판별되어 수용소에 갇히고, 나팔관 절제를 당한 애나는 실제로는 쾌활하며 아이를 잘 보살피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노인입니다. 
 
다윈의 종의기원에서도 말합니다. 생존에 유리한 측면은 우등한 유전자의 철저한 선별이 아닌 어쩌다 발생한 변이가 어쩌다 생존에 더 유리한 특성을 갖기 때문에 생물종이 멸종하지 않고 혼돈의 세상 속에서 유지될 수 있었음을. 변이는 경이로운 것임을.
 
저자는 우리 모두가 '민들레'와 같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가치가 없는 잡초와 같은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민들레 씨앗을 날리며 소원을 빌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어떤 경우에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한 치 앞만 파악할 수 있는 인간의 감각과 변화를 싫어하고 단순화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뇌에 맡긴 분류체계가 혼돈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얼마나 금방 허물어질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을 해준 것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철저히 뒤따라 가보고, 그의 인생을 반면교사 삼아 그녀는 이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중요해'

★ 마무리하며

이 책의 구성은 정말 독특합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어느 한 면만 보고 전적으로 판단해버리지 않는 유연함, 경쾌함을 우리에게 훈련시켜주는 듯이 이야기의 흐름이 상당히 유연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끈기, 집념, 긍정적 자기기만에 대하여 그것이 얼마나 목표를 이루고 살아감에 있어 중요하고 좋은 요소인지 설명합니다. 이것이 이해가 되고 뭔가 본받으려는 마음이 드는 시점부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자신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이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류라는 분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눈이, 뇌가 판단하는 세상을 곧이곧대로 판단하고 제단 해놓지 않도록 주의를 주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세상은 실제로 혼돈이라는 것.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고 있으면 나의 눈, 뇌가 금세 세상을 단순화시켜서 소화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우주는, 세상은 수십억년 동안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혼돈 속에서 만들어져 왔습니다. 실제로는 혼돈이 아닐지 모르겠으나 인간의 얄팍한 지식과 감각체계로 바라볼 때 세상은 혼돈이 맞습니다.
우리 각자가 어떤 쓸모가 있을지, 어떤 장점이 이 세상에, 공동체에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지는 인간의 판단체계 안에서가 아니라 혼돈에 맡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 모두는 쓸모가 있습니다. 혼돈 속에 감춰져 있다가 언젠가는 진주알처럼 드러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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