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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책 요약 및 리뷰 - 우리가 남기는, 떠나는 것들을 돌아 보다.

마음씀씀이 2024. 6. 2.

존재의 박물관 책 요약 및 리뷰 - 우리가 남기는, 떠나는 것들을 돌아 보다.

인간 존재의 박물관
인간 존재의 박물관

★ 존재의 박물관 한줄평

모두가 세상에 살다 가면서 어딘가에 한 획을 긋는다. 어디에 그었는지를 모를 뿐

 

★ 존재의 박물관 세줄 요약

1) 각 인간은 존재하면서 생물적, 사회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2) 그러나 그 흔적을 세상이 알아줄 것인지는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3) 흔적을 통해 영원불멸을 꿈꾸는 것 보다, 죽음을 내 곁으로 받아들이고 살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을 산다.

 

★ 존재의 박물관 긴 리뷰

오늘은 스벤 슈틸리히의 책 존재의 박물관을 요약 및 리뷰하려고 합니다.

장소, 사람 또는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남기는 것과 우리를 떠나가는 것들을 인식하고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 주변의 것들이 훨씬 생동감 있게 느껴지면서 현재가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 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존재의 박물관을 시작하며

스벤 슈틸리히는 1969년생으로 언어학을 공부하고 기자 교육기관을 거쳐 신문과 잡지의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신문과 잡지는 우리의 일상을 포착하여 이를 발행해서 세상에 남기는 문서입니다.

오랜기간 신문과 잡지의 편집자로 일해온 스벤 슈틸리히는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일상을 포착하는 버릇이 생겼고,

이를 살려 <지나가는 것에 머물다> 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일상을 포착한 사진과 텍스트로 흘러가는 일상을 기록해 왔습니다.

 

스벤 슈틸리히는 마치 관찰의 대가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도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서 영감을 받아본 분들은 존재의 박물관도 접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인간이 남기기를 갈망하는 것은 남겨지는 것에 대부분 실패로 끝나며, 무엇을 남길지는 시간이 고른다."
 - 존재의 박물관 p.15

 

이렇게 일상을 관찰하며 인간에게서 무엇이 남는지를 알아본 그는

우리에게서 아무튼 뭔가는 틀림없이 남지만, 그게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존재의 박물관은 일상에서의 관찰을 통해 무엇이 남겨지는지 추적해보는 흥미로운 책 입니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라도 자세히 살피고 둘러보며 바닥만 볼 게 아니라 위도 올려다보는 것이 중요함을 발견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지나갈 뿐이며, 우리가 지나친 공간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곳에 지나지 않는다."
 - 존재의 박물관 p.20

우리의 행복은 지나쳐 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았던 바로 그곳에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요?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책 존재의 박물관 요약 및 리뷰를 시작합니다.

 

제 1부, 우리가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우리가 매일 지나는 길 속 다양한 것들
우리가 매일 지나는 길 속 다양한 것들

인간이 지나가는 곳에는 뭔가 남습니다. 내가 그리고 남이 남긴 것들은 우리 일상을 이룹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의 배경을 이루는 이런 만화경을 거의 주목하지 않습니다. 

출근길의 버스가 곧 출발할 것 같아서 걸음을 서두르느라, 스마트폰 속에 넘쳐흐르는 전 세계의 소식을 읽느라

길에서 보이는 유리창에 왜 금이 갔는지, 또는 누가 음료캔을 여기 버렸는지 우리는 거의 묻지 않습니다.

 

과거부터 남겨진 것에 대해서는 관심 없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어하는 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요?

 

1) 지문, 머리카락, 체취, 체세포, DNA 등 생물학적 흔적

인간이 머문 곳에는 지문, 머리카락, 체취, 체세포, DNA 등 생물학적 흔적을 남깁니다.

이 흔적들은 개개인마다 다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범인을 밝히는데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현장이 잘 보존되어 있기만 하다면 오래 보관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머물러 있었던 그 자리에 남은 내 생물학적 흔적이야 말로 내가 여기 왔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 생물학적 흔적은 일부러 남긴 것이라기 보다는 어쩌다 남겨진 것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2) 동굴 벽화, 낙서, 셀피, SNS, 사랑의 자물쇠와 같은 인위적 흔적

장소는 오래도록 남아 있지만, 그 속의 인간은 금새 사라지고 잊힙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장소에 자신을 새겨넣어 영원의 끝자락이라도 잡아보려, 최소한 이름과 여기 왔었다는 사실만이라도 남기려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문자가 발견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동굴, 나무껍질, 돌에 긁고 새기고 깎고 파면서 자신들을 남겨왔습니다. 이것을 보면 뭔가 불변하는 것을 남기고자 하는 것은 오래된 인간의 열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 여기서 살았다는 것을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증명해주었으면 하는 갈망이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원정길마다 암벽에 자신이 이곳에 군대를 끌고 왔음을 남겼던 것과 같이 전쟁에서의 업적을 남기고 싶은 것도, 유명 관광지에 자신이 왔음을 낙서를 통해 남겨놓고 싶은 것도, 영원한 사랑을 선언하고자 파리의 퐁데자르에 달아놓은 사랑의 자물쇠의 무게가 90톤이 넘는 바람에 다리가 무너진 것도, 셀피를 찍어 SNS에 올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널리 알리는 것까지 인간이 가진 가장 농밀한 갈망의 표현입니다.

 

[존재의 박물관] 사람이 남기는 흔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람이 남기는 흔적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스벤 슈틸리히의 책 '존재의 박물관'의 내용으로 소개합니다. 1. 우리의 신체가 남기는 흔적1) 발자국발자국은 앞으로 소개될 우리의 신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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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는 이 세상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각자의 흔적을 남겨놓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알아주기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우리가 뭔가를 '남기는 것'에 집중하는 것 만큼, 내가 있던 이 장소, 내 앞에 있는 이 물건에 부여된 스토리가 '남아있는 것을 추적해 보는 것'은 재밌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장소에, 물건에 남은 과거로부터 남겨진 것을 추적해본다면 나의 현재가 더 풍요롭고 다채로워 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 2부, 우리가 누군가를 떠날 때 무엇이 남을까

연인
연인

인간은 사교적이며, 모든 만남은 우리 안에 흔적을 남깁니다.

하물며 유유자적 걷는 도중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눈 대화에 깊은 감명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는 일은 이처럼 간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와 깊은 사랑의 관계를 맺고 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영향은 엄청날 것입니다.

사랑에 관해 책에서 소개되는 몇가지 관점을 소개드립니다.

 

1) 플라톤의 관점

기원전 400년경에 살던 철학자 플라톤은 아주 먼 옛날, 인간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양성을 모두 가진 인간으로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더 나아가 두 개의 몸이 합쳐진 형태로 존재했다고 합니다.

남성과 남성이, 여성과 여성이, 남성과 여성이 하나의 존재로 결합한 형태가 인간의 본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태곳적 인간은 둘이 등을 대고 달라붙어 공 모양을 한 형태였고, 힘이 무척 세서 신들의 천상을 습격하려는 야심까지 품었다고 합니다. 제우스는 분노한 나머지 인간을 둘로 가르는 형벌을 내렸고, 반쪽을 잃은 인간은 비탄에 빠져 절절한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하나가 되고자 늘 '더 나은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고 합니다.

 

2) 사랑하는 사이끼리 나누는 것

오래 만난 커플은 점점 주고받는 말은 적어지고 갈수록 짧아집니다. 그러나 이것이 서로 할 말이 없어지는 조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가 가깝지 않다면 별것 아닌 정보를 나누는 데 아주 많은 말을 필요로 하는 반면, 서로 익숙한 커플은 단 몇 마디의 말에 아주 많은 정보를 담아내기도 합니다.

 

즉, 오래된 연인일 수록 '말'보다 '비밀 언어'로 소통하게 됩니다.

 

그저 입가를 씰룩하는 것만으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의중이 전달되며, 한 번의 손짓으로 이제 곧 자러간다는 의사가 표현이 됩니다. 

 

"연인에게 말은 소통 과정의 극히 작은 일부일 따름이며, 커플은 주로 다른 소통 채널을 활용합니다."

오랜 세월을 동고동학 해온 부부는 일종의 비밀 언어를 구사하며, 다른 사람은 이게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 없는 신호는 부부가 함께 쌓아온 정체성입니다.

 

심지어는 '분산기억(Transactive Memory)'을 나누기도 합니다. 분산 기억이란, 파트너와 기억을 나눈다는 뜻으로 파트너가 저장해둔 정보가 신뢰할 만 하며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다고 믿으며 공동의 기억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 입니다.

예를 들면, 양초나 플래시를 어디에 두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파트너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안심하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영혼의 단짝을 찾아 금슬좋은 부부가 된다면, 상처가 더 빨리 아물며,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우울증이나 두려움에 시달리지도 않게 됩니다. 또한 상대방의 장점과 강점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자신의 자아를 풍성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베레나 카스트가 쓴 글에는 이와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관계를 맺고 꾸려가는 일은 우리가 상대방의 어떤 점을 남겨 놓을지, 또 우리 자신에게서는 무엇을 남겨놓을지 벌이는 끊임없는 협상이다.

 

3) 헤어짐이 주는 아픔

 

"우리는 기적처럼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보냈지. 당신은 내 인생이었어. 나는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당신 인생이라는 책을 이루는 하나의 장일 따름이야. 앞으로 당신은 틀림없이 더 많은 장들을 쓸 거야.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을 잊지 말아줘. 그러나 새로운 추억을 덧붙이는 걸 두려워하지 마."
 - 세실리아 아헌의 소설 PS. I love you 중

 

사랑하는 사이 끼리 이토록 나누는 것이 많기에, 헤어진 커플의 두뇌는 다시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며 아픔을 호소합니다.

공동의 것으로 가져왔던 기억, 물건을 다시 나눠 가져야 하는 아픔을 우리 두뇌는 참기 힘들어 합니다.

 

연인간의 헤어짐은 서로에게 강력한 뒤끝을 남깁니다.

 

핏속의 세로토닌은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며 마음의 평온과 여유는 사라집니다.

도파민이 치솟으며 몸은 떠나버린 상대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줄 모든 자원을 가동시킵니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심장이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우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으며,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거나 먹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 몸은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됩니다.

 

우리의 몸은 버림 받고 거부 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 실제로 물리적인 통증을 느낄 때 뇌에서 활성화 되는 부위가 활성화 됩니다.

이것을 '사회적 통증'이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상심 증후군' 이라는 심장 질환도 있습니다.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 인간이 사회에서 거부당했을 때 맞이하는 마음의 병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은 무엇일까요? 스벤 슈틸리히의 책 존재의 박물관에서 소개된 상심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1) 상심 증후군이란?상심 증후군은 타코츠보 심근증(Takotsubo Car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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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이별을 경험할 때의 계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미국의 사회학자 다이앤 본의 연구결과 대다수의 이별은 무엇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좋고 싫음에는 명확한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그것을 몇가지 꼽아 얘기하려는 순간 거짓말을 할 때 활성화 되는 두뇌의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림받은 쪽에서는 자신이 버림받은 정확한 동기를 알고싶어 하며,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점점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별이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될 때 버림받은 사람과 떠난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기 위한 탐색을 시작합니다.

이 탐색은 인생의 초기화 단추를 누르는 것과 같으며, 아주 고통스럽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헤어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배운 유머, 그 사람과 갔던 맛있는 식당 등을 버려야만 할까요?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오히려 헤어졌다고 떠난 사람에게서 받은 영향을 없애는 것이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존재입니다.

 

요즘은 잊기에도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SNS와 인터넷에 우리가 셀프로 올린 정보들은 우리가 망각하는 것을 아주 단단히 막아섭니다.

인간의 역사에서는 망각이 정상이고, 기억하는 것이 극히 예외였다면

요즘은 컴퓨터 덕에 기억이 정상이고 망각이 극히 예외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세상에 우리가 이렇게 좋은 관계임을 공표하고 맹세하기 쉬워짐과 동시에, 헤어짐에 대한 아픔도 더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 3부,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이 남을까

무덤 RIP(Rest In Peace)
무덤 RIP(Rest In Peace)

인간은 필히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 순간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옷장 안에 자신이 죽었을 때 입을 수의를 항상 걸어두어, 자신이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되새기면서 살았던 것과 달리 오늘날 사람들은 죽어감을 두고 한사코 침묵하기만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병원, 요양원과 같은 곳에 꽁꽁 숨겨놓고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주지 않습니다.

절대 오지 말아야 할 것이 왔다며 엄청난 슬픔에 빠지기도 합니다.

의료보험 비용의 1/3가량이 죽음의 끝을 붙잡고 있는 생애의 마지막 1~2년 사이에 들어가고 있을 정도로 죽음은 기피해야만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만큼 우리는 죽음을 기피하고 최소한 자신의 이름, 물건이라도 세상에 남기며 영원불멸을 탐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1) 사람들의 기억 속, 정신 속의 나

내가 죽은 이후에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준다면 나는 아직 죽은게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과 업적을 세상에 남겨놓고 싶어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두 번째 죽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해 더는 제물을 받지 못할 때 두 번째로 맞는 죽음, 곧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궁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죽어서도 이름을, 업적을 남길 것인지는 대부분 죽은 사람의 바람대로 되지 않습니다. 기억은 어디까지나 남은 사람의 몫입니다.

알츠하이머 병을 발견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섭씨온도의 이름을 제공한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는 과학 연구의 공로로 이름이 남았습니다.

미하일 칼라시니코프(Michail Kalaschnikow)와 우지 갈(Uzi Gal)은 기관총을 발명한 것으로, 예배를 위해 즐겨 찾던 계곡에서 원시시대의 유골이 발견되어 이 계곡과 원시시대 유골에 이름이 사용된 목사 요하임 네안데르(Joachim Neander)

그리고 역사상 가장 최초로 기록된 이름 쿠심(Kushim)은 보리를 배달하고 받은 영수증 속 이름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영원의 반열에 오르고자 유명인이 되고싶어 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사람이 되는 것은 상당부분 우연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2) 물건에 묻어있는 나

중요해서 늘 가까이 둔 물건에는 우리의 숨결이 보존되게 마련입니다. 물건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물건은 이처럼 우리가 과거에 누구였는지 알려주는 가교 입니다.

 

주인의 다양한 경험과 정체성이 녹아있는 물건일 수록 주인에게 소중한 것이 됩니다.

의미있는 순간을 함께 맞이한 진열장 속 우승컵, 재봉틀, 권투장갑 등 어떤 것이든 소중한 물건이 되고야 맙니다.

 

허나 이러한 물건들이 세상에 남아 존재할지 아닐지의 선택은 내가 죽은 뒤 살아있는 자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나의 소중한 물건들은 나의 죽음 뒤 내일의 세상에 차지할 자리가 있을지, 어제의 것으로 버려야 할지 판단의 기로에 놓이게 되며, 그 판단에는 전적으로 나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합니다.

 

3) 디지털 세상 속의 나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디지털 세상의 '나'는 그대로 얼어붙습니다.

어떤 이는 2065년을, 또 다른 이는 2098년을 이야기하는데, 아무튼 미래의 어떤 시점에 이르면 페이스북에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프로필이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그때의 페이스북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가상 공동묘지가 될 것입니다.

 

요즘도 유명한 사람들이 자주 사용했던 SNS 등의 공간은 죽은 뒤에도 그대로 남아 수많은 사람들의 'RIP' 댓글을 받으며 추모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공동묘지를 표방하며 등장한 여러 사업체들은 결국 고객의 호응 부족으로 많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영원 불멸할 것 같았던 온라인 공동묘지 속 흔적들이 한순간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리는 21세기에 맞는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디지털 세상 속에 영원불멸의 형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존재의 박물관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필시 죽음은 찾아옵니다.

 

존재의 박물관을 읽고 난 뒤 가장 마음에 남는 생각은 '살아있음'에 집착하는 것 말고 '죽어가고 있음'을 항상 상기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을 공포의 존재 보다는 내 삶의 친구로 받아들이는 자세로부터 삶을 좀 더 유연하고 각박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스벤 슈틸리히의 책 존재의 박물관은 인간의 존재로부터 무엇이 남는지 정말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하여 정의해놓은 존재 대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나와 다른사람들이 세상에 흩뿌리고 다니는 여러 흔적들을 과학적, 사회적 시각으로 눈여겨 볼 수 있게 됩니다. 

문득 내 존재가 무엇을 남길지 생각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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