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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_양귀자 책 리뷰 인생에서 맞이하는 몇 가지 모순에 대하여

마음씀씀이 2024. 5. 6.

정말 우리 삶은 모순 덩어리일까? 모순_양귀자 책 리뷰

모순

★ 모순 한줄평

세상이 예상대로 일거라 생각했다면, 누구나 예상외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선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모순으로 느껴질 것이다.


★ 모순 세줄요약

1) 진진의 이모는 모든 것을 갖고 있으면서, 모든 것을 갖고있지 못한 진진의 엄마의 인생을 부러워한다.

2) 진진과 비슷한 남자와 평소 싫어했던 스타일의 남자 중 후자와 결혼을 결심한다.

3) 이런 모순들이 우리 삶 자체인 듯 하다.

 

★ 모순 긴 리뷰

초반에는 책 제목처럼 '모순'이라는 것을 바로 보여주지 않고, 화자인 안진진보다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진진이 느끼는 주변 사람들의 성격을 두 사람 씩 짝지어 비교하듯 서술했으며, 대표적으로는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 진진이 누구와 결혼할까에 대한 숙고의 대상인 김장우와 나영규의 대비되는 모습이 주로 쓰여있습니다.

 

- 진진의 엄마, 이모 이야기 -

"어머니와 이모는 결혼과 동시에 비로소 두 사람으로 나뉘었다.
한 사람은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나머지 한 사람은 대신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신에게 약속이나 받았듯이 그렇게 달라졌다."
- 모순 p.19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쌍둥이로 고작 몇 분 차이를 두고 태어났습니다.

그들의 아버지는 같이 왔으면 같이 보낸다는 말과 함께 어머니와 이모를 한날한시, 

그것도 만우절에 동시에 시집보냈습니다.

어머니와 결혼한 진진의 아버지는 아이 둘을 낳고도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살다가, 이후에는 집에 있는 돈을 훔쳐 툭하면 바깥으로 나갔다가 몇 개월이나 전전하다 오는 남편이었고, 이모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부를 만나 결혼하여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합니다.

 

"장미꽃을 주고받는 식의 삶의 화려한 포즈는 우리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 모순, p28

 

어머니는 동생 진모가 벌여놓은 사고를 수습하고 툭하면 나가버리는 남편 덕에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어머니는 다소 억척스러운 면을 많이 갖게 되었고, 그렇기에 진진은 어머니와 이모의 결혼기념일인 만우절에 장미꽃을 한 다발 사지만 본인의 집이 아닌 이모에게 가져갑니다. 진진은 억척스럽지 않고 세련된 이모에게, 이모는 본인의 인생보다 다이내믹한 인생을 사는 언니의 딸 진진에게 마음이 통하고 친하게 지냅니다.

 

"어머니나 나에게는 수치스러운 기억이 이모에게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것"
- 모순, p30

 

진진이 어렸을 때 술에 취한 아버지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바로 이모에게 전화를 해서 

진진과 진모를 잠시 맡기기 위해 보냅니다. 그런 사연이 어머니와 진진에게는 수치스러운 기억이었겠지만 이모는 재미있는 추억을 얘기하듯이 얘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 대부분이 꿈꾸는 인생은 진진의 이모처럼 고급 주택가에 살며 편안하려면 마음껏 편안할 수 있는 인생일 것 같습니다.

 

"진진아,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늦게도 내게 오지 마 내 마지막 모습이 흉하거든 네가 수정해 줘"
- 모순, p281

 

첫 번째 모순, 모두가 꿈꾸는 삶을 사는 이모는 스스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삶이라고 생각했고, 

어머니의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을 재밌어하고 부러워했다는 것입니다. 

이모는 그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인생을 스스로 끝내는데, 죽음만큼은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면서 

그 순간에도 이모부나 자식들이 아닌 가장 마음을 많이 나눴던 조카에게 본인이 죽고 난 뒤 흉할 수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을 허락합니다.

 

- 진진의 남자 이야기 - 

진진은 김장우와 나영규 두 남자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지 않은 채 어느 정도 운명에 맡긴 채 두 남자의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어느 주말 먼저 진진의 집의 전화기를 울리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그런 마음의 결정을 해두고는 그저 기다려 봅니다.
먼저 전화벨을 울린 것은 나영규였습니다.
김장우와는 다르게 인생 전체에 대한 계획표를 짜놓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듯한 나영규
그는 데이트코스부터 청혼까지 계획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계획표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김장우는 데이트코스부터 진진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똑 부러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길가에 핀 꽃을 보며 환하게 웃음 짓고 장우의 형을 위해 몰래 양말을 빨래해 놓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진진은 장우와 비슷한 면이 더 많아 보이지만 막상 집 나간 아버지 얘기, 억척스러운 어머니 등 가족 얘기는 나영규에게는 다 털어놓을 수 있었지만 장우에게는 이모를 본인의 어머니라고 하는 등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여기서 발견한 두 번째 모순. 같은 결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해도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서로 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편하다는 것.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 모순, p296

 

진진이 생각한 본인에게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삶을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하는 면일까.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무시하고 내 계획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깡이었을까.

 

"한 번만 더 맹세코..(중략) 나는 이런 식의 격렬한 자기반성의 말투를 쓰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열열한을 만나면 지체 없이 경멸해 버리고 두 번도 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 모순, p9

 

그것이란 책의 초반부 진진이 한 말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절대 싫다고 했던 어떤 것을 가진 사람을 결혼상대로 선택하는 것도 모순이라 할 수 있을까

 

작가는 끝에서 삶에는 여러 모순이 있고, 그것이 어쩌면 삶의 본질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바라는 인생을 살다가 자살하는 재벌가의 자식, 평소 굳혀왔던 신념이 한순간에 바뀌는 등의 삶의 모순이 우리 삶의 본질일 거라 생각하면 무섭고 기대됩니다.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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