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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 Brokenship.com

마음씀씀이 2024. 5. 26.

책 존재의 박물관에서 소개된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을 소개합니다.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

1)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이 무엇일까?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사는 올린카 비슈티차와 드라젠 그루비시츠가 한 때 연인사이였던 관계를 정리한 뒤, 이 관계로부터 남은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세운 박물관입니다.

두 사람의 4년 간의 관계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집 안 구석구석에서는 관계의 잔재인 물건들이 잔뜩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에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써넣은 노트,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들, 마주 앉아 저녁식사를 하던 주방 식탁 등의 물건들과 특히 두 사람이 모두 끔찍이 아끼던 반려인형 토끼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토끼인형의 보금자리로 박물관이 좋겠다는 발상을 했으며, 이 박물관은 '지나간 사랑의 아픈 기억을 모아놓은 장소'의 의미를 띠게 되었습니다.

 

이 박물관에 관심을 보인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물건을 기증하여,

현재는 자그레브와 로스엔젤레스 두 곳에 박물관이 있으며,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기도 합니다.

특히 2016년에는 제주도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전시된 적도 있습니다.

직접 가기 힘들다면 온라인사이트 brokenship.com으로도 관람기회를 제공합니다.

2)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의 주요 전시품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에 기증되는 물건들은 기증자가 직접 기입한 물건의 사연과 함께 기증됩니다.

각자의 사연이 함께 기증되지 않으면 값어치 없는 하나의 물건일 뿐일 것입니다.

어떤 물품들이 사연과 함께 기증되었을까요?

온라인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몇가지 전시품을 소개합니다.

 

1. 포춘쿠키 봉지가 부착된 일회용 스타벅스 컵

포춘쿠키봉지가 부착된 일회용 스타벅스 컵

 

2013년 10월 27일, 비첸차, 이탈리아

"당신은 나의 첫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나의 마지막이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그 포춘 쿠키를 받고 열어보았을 때
'너는 줄 사이를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 그 조언을 따랐어야 했습니다.
그 시기에 당신은 계속해서 나를 속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거든요.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2. 에스프레소 머신

에스프레소 머신

아주 오래전, 지난 20세기 파리, 프랑스

"그는 그가 나에게 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가 만든 커피를 좋아했고, 오랫동안 나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더 이상 내가 그를 위해 만든 커피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지도 않게 되어 나를 떠났습니다.
그 후 나는 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더 이상 쳐다볼 필요가 없어 지하실에 갖다 두었습니다.
여전히 지하실에 갈 때마다 이 에스프레소 머신은 거기 있습니다.

 

3. 돋보기

돋보기

 

마닐라, 필리핀
"내가 떠나기 전에 그녀는 돋보기를 나에게 기념으로 주었다.
나는 그녀가 왜 돋보기를 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도 돋보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 곁에 있을 때마다 자신이 '작아진다'라고 늘 말했습니다."

3)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으로 부터 생각할 점

우리는 많은 물건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특히 사람이 관계를 맺어갈 때는 그 기간에 비례하여 상징성 있는 물건들이 늘어갑니다.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면 내 주변의 물건들이 저마다의 상징성을 갖고, 특별히 정해준 위치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관계가 끝나면 우리는 한동안 물건들의 한복판에 앉아 어쩔 줄을 모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역할이 변화했음을 물건과의 이별을 통해 맞이합니다.

자신의 어린시절에 지니고 있던 물건들과 이별하며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님을 입증하기도 하고

관계가 깨어졌을 때 그 이후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며 더이상 그 관계는 지속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의 물건들은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나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에서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어떤 물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는지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과거의 정체성을 구경할 수 있는 정체성 박물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은 고대 역사박물관 못지않은 현대인에 관한 역사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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